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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20.03.26)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4. 29. 14:13
아주 미친 듯이 집요하게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분명 모순된 감정이 들어 충돌하고 있는데, 이게 왜 계속 찝찝하게 은연중에 남아 있으며
심지어 방어기제로 자꾸 누르려고 하는지.
어떻게 해서든 그 이유를 끄집어내서 알고 말아야 한다.
그래서 책을 읽게 되었다.
때에 따라 모순에 직면해서 제대로 알고 풀어내고 싶었는데, 주위에 물어 볼 사람이 없었다.
나는 이걸 해결을 안 하면 평생 숙제를 하나 가지고 사는 기분이 든다. 숙제를 풀고 싶었다.
이유는 여유 때문이다.
어느 때쯤이면 어떤 사건에도 여유가 있고 싶었다.
낯선 것이 와도 큰 파도를 가볍게 타고 싶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볍게 신경을 끄고 싶었다.
낯선 것을 막을 대비란 없다.
그리고 나는 별로 그런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어쨌든 그래서 숙제를 하는 것인데,
여유는 모순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삶은 행복 불행의 반복일 것이고
어쩌면 불행이 더 크고 잦을 것이다.
그렇다면 힘든 불행에 그냥 여유가 있고 싶었다.
이것이 유일한 대비책이란 판단을 나는 빨리 했다.
불행 없이 행복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난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행복만 할 수 있는 삶 자체가 애초에 시작되지 않으니까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계속 풀어야 한다.
줄이 꼬인 건 풀지 않으면 그냥 계속 꼬여있다.
그 줄에 손을 대지 않는 한 계속
꼬인 게 자꾸 불편하도록 예민하게 살고 싶다.
편안해질 때까지
내 인생의 제대로 된 대비책은 아직 이거 하나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