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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멘트 (20.03.21)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4. 29. 12:08
작년에 함께 작업했던 선생님은 이탈리아에 계신다. 의료 책이었다.
원고도 카톡으로만 주고받으며 진행했는데 같은 여자이고 젊으셔서 작업이 편했다.
며칠 전 독자 문의 전화가 와서 나는 양해를 구했다.
"저자가 유럽에 거주하셔서 답변을 확인하는 데 시차를 두고 내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전화를 끊고 반년 만에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이러저러하니 독자에게 답변드릴 말씀을 부탁드린다고
어찌나 길고도 복잡하게 보냈던지.
물론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와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같은, 인사치렛말도 덧붙였다.
다만 그게 요즘은 시국 멘트였다. 한 줄짜리.
그런데 나는 사실 '코로나'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진짜'로 생각하진 않았다.
출근 전 뉴스를 듣는데 어제의 주요 뉴스는 이탈리아의 코로나 19 하루 사망자가 400명이 넘었다는 것이었고, 오늘 아침에는 이탈리아의 대학생 의료생부터 은퇴한 의사까지 모두 현장에 투입되었으며, 은퇴한 의사는 나이가 있어 코로나에 취약할 것이라는 뉴스였다.
카톡의 1이 사라졌고, 답변은 없었다.
창피했다.
한 줄짜리 자동 멘트같은 카톡 메시지가 내내 마음속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