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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머치 토커 저자 (20.03.20)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4. 29. 11:49
디자인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저자의 원고를 읽는데, 앞으로 구상해야 할 모든 디자인이 저자의 글쓰기 방식에서 보일 때가 있다.
그 사람도 모르게 집필을 할 때 상상하는 책의 이미지가 글로 표현된 것이다.
원고를 검토할 때 그것이 보이면 일이 재밌어진다.
텔레파시가 통한 것인가. 지루하고 단순한 교정지가 아니라 앞으로 입힐 디자인이 내내 상상되고, 완성된 책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렇게 재밌는 원고를 만났고, 담당까지 이어져 저자와 미팅을 한 이틀 전
투 머치 토커 저자와 네 시간을 내리 앉아 기가 다 빨릴 줄을 누가 알았을까.
팀장님은 글 속 저자의 의도를 알아내는 것이 편집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했거늘!
알아주셔서 고맙고 나도 알게 해 주어서 참 고맙지만, 그래도 서로 진이 다 빠진 건 사실이라며 맥없이 칼퇴를 한 우리는 앞으로 쌓여 있는 결정거리를 잠시 미뤄 두었다.
어쨌든 그 사람이 쓴 글에 내가 제대로 접속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피곤함이 꽤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