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키우는 식물 드라코와 콤팩타는 쌍둥이처럼 둘 다 한쪽으로 휘어서 자란다.
일자로 반듯하게 자라면 좋겠지만, 이미 기울어진 줄기를 바로잡을 방법은 없다.곧으면 부러진다고, 상황에 따라 휠 줄도 알아야 하는 게 유도리이긴 하지만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뿌리채 뽑히지는 않을까 아주 조마조마했었다.
이 녀석들도 휘고 싶어서 휜 것은 아니다.
햇볕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안간힘을 내어 고개를 돌렸을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맞춰 진화하듯이 무한 변신의 과정을 거친다.
당장 우리들의 사회생활에서도 상사의 말에 비위를 맞출 줄 알아야 오늘의 내가 안전할 수 있다.
물론 그 대가로, 굽은 허리와 안타까운 거북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드라코와 콤팩타와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허리가 휘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 나름대로 그날의 태양을 바라보며 건강히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