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은 이상한 관계다.
가장 애착이 깊고 편안하지만 동시에 가장 상처를 주기 쉬운 상대이기도 하다.
딸은 엄마의 배 속에서 나왔다. 같은 성별이기도 하다. 그래서 엄마는 딸과 자신을 쉽게 동일시한다.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그 마음을 확실히 나눠가질 수 있는 상대는 딸밖에 없다. 자신이 느꼈던 불안만큼, 딱 그만큼의 무게로 옮겨서 짓누를 수 있는 상대는 딸뿐이다.
심리적 거리가 먼 사람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끝까지 전달할 수 없다. 대신에 나와 똑같기 때문에, 나에게서 절대로 도망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묶어놓고 자신의 상처를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상대는 딸뿐이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다. 무의식 중에 그것이 가능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수 있는 상대를 찾은 것뿐이다. 죽도록 힘들기 때문에 자신만을 돌보고 싶어지고, 잠시 도망친 그 자리에 손쉽게 대체시킬 수 있는 상대를 찾은 것뿐이다.
가끔 이 현실이 잔인하게 느껴진다.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 가장 잔인하게 행동할 수 있다니. 가장 가깝기 때문에 가장 함부로 할 수 있다니. 나랑 똑같기 때문에 너도, 똑같은 심리상태로 만들 수 있다니.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딸도 엄마에게 정확히 같은 잘못을 저지른다. 그렇게 서로 강한 애착을 형성한 상대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