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은 무한한 것으로, 육체는 유한한 것으로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육체 없이 정신이 있을 수 없고, 정신이 없는 육체 또한 없으니 사실 이분법적인 구분은 불필요하다.
흔히 꿈은 무궁무진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은 한계가 분명히 설정되어 있다. 육체의 몸으로 경험해 본 것들만 나의 정신에 각인되기 때문에, 무한해 보이는 꿈조차 내가 겪은 경험의 재구성일 뿐이다.
책으로 만날 수 있는 먼 과거의 정신(영혼)들도 무한히 살아가는 듯해 보이지만, 결국 그들도 육체가 없었다면 영혼을 남길 수 없었을 것이다.
정신을 육체보다 더 높은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무한을 엿보려고 노력하는 유한한 자의 고군분투가 눈부시다. 잘 다듬어진 고귀한 영혼도 결국 작은 몸짓 하나로부터 바람이 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가끔 무한을 엿보는 순간이 있다. 붙잡을 수 없이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이 시간보다 가치있는 경험을 해 본 적은 없다.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작은 몸짓은 육체의 움직임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나태에만 빠져들어서는 무한을 엿볼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순간이고 불온전한 나태에 맞서는 건강한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작은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나의 작은 바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