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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기획안 (20.03.19)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4. 29. 11:26
내고 싶은 책의 기획안을 내가 쓸 때도 있지만, 가끔 예비 저자들이 정성껏 회사로 보내줄 때도 있다.
기획 의도, 책 제목 가안, 예상 독자, 본인이 생각하는 구성과 목차, 시장 환경 등등
치사하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이 책이 몇 부나 팔릴 수 있을 것인지,
시장이 너무 좁은 것 같은데 잘 팔 수 있는 홍보의 수단은 있는지,
인맥이 있는지... 점점 치사해져도 '돈'을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은 심지어 '유튜브 촬영은 가능한가?'가 기본이 되었고
이렇게 치밀한 질문에 지쳤던 어떤 저자는 경쟁 출판사에서 아무도 내고 있지 않으니 그냥 내자고 할 때도 있다.
'책을 직업으로 하고 싶다'라고 할 때의 나는 물론 그 책의 내용만을
즉, '필요로 쓰였으면 하는 확장된 시선이나 감정'을 더 좇았지만
이게 내 밥그릇이 되다 보니 부수가 잘 팔릴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
일단 잘 팔리는 책 한 권이 있어야 내고 싶은 다른 책 한 권을 더 낼 수가 있다.
그냥 이런 시스템이다.
좋은 걸 하고 싶어도 돈을 먼저 쥐어야만 하는 세상이 새삼 참 신기하기만 하다.
이상적이고 소중해서, 그래서 귀중하고 때문에 얼마 없는 그런 책은
독자에게 가 닿지 못하고 사라질 때가 사실은 더 많다.
저자에게는 기다림뿐이거나, 어떨 때는 임시 포기, 혹은 잔인하게 본인이 내리는 실패,
어쩌면 그 글 자체로의 안정감, 혹은 결실까지 이어지는 현실로서 행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