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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고 깨끗한 새 시작을 다짐하곤 했다.
마치 지난 시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인생에 조금도 필요하지 않은 어설픈 완벽주의가 도진 것일 수도 있다.
이것이 나쁜 습관인 건 잘 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지나간 시간들이다.
완벽한 새시작은 있을 수도 없고, 한심하게 나를 부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첫눈은 항상 연말과 연초 사이에 온다.
올해의 사건들 위에, 내년을 위한 새하얀 도화지 한 장을 넘겨주듯 온다.
이것이 다시 새 그림을 그리자는 설렘을 안겨주곤 한다.
분명 완벽을 생각했을 때에만 완성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완성된 것들 중 과연 완벽을 자부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결국 부족한 완벽이더라도 작은 완성들을 여러 번 짓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