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때 편집자를 직업으로 선택했던 이유와 그만둔 이유, 두 가지를 오늘 읽은 책에서 발견했다. 아래의 한 문장이다.
"(...) 내가 출판사에 편집자로 취직했을 때, 할아버지는 무척 기뻐했다.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면서 이 우주를 인식하기에는 육신의 삶이 너무나 짧기 때문에 인간은 말과 글을 통해 서로 협조함으로써 자신을 완성해 나갈 시간을 단축해야만 한다는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백 퍼센트 동의했다. 덕분에 책은 우리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다."
나 역시 백 퍼센트 동의한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이며, 편집자라는 직업을 선택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직업으로 삼고 보니, 정작 책을 정독으로 읽을 시간은 줄어들었다. 이게 그만둔 이유 중 하나이다. 물론 나의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하지만 나의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어도 비슷한 지혜를 주셨을 것만 같다.
내가 읽은 책의 제목은 <이토록 평범한 미래>다. 하루에 한 문장씩만이라도 가슴에 와닿는 문장을 발견하면 하루가 꽉 찬 것만 같다. 반면에 하루라도 다른 감정이 들지 않는다면 그날은 그냥 흘러간 것 같다. 나에게도 평범한 미래가 열려있지만, 매일이 조금씩은 특별함으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오늘도 좋은 문장을 만나 좋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