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는 편한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 장난감 쇼핑몰에서 일을 한다. 직원은 대표님 한 분과 동료 한 분이다. 인터넷 쇼핑몰이라 가끔 반품 접수를 하고, 전화 몇 통을 받는 게 내가 하는 일의 거의 전부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조용한 선배는 새로운 장난감 상품을 등록하는 일을 한다. 우리 집에서 사무실까지는 차로 10분 거리이며, 나의 출근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이다. 근무 시간도 평균보다 약간 짧고, 야근은 아예 없다. 덕분에 나는 그토록 원하던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다. 일도 편하고 일 이외의 여유 시간도 편안하다. 그래서 드디어 책의 활자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 근무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작년에 입사 4회, 퇴사 5회를 한끝에, 드디어 운명처럼 나의 직장을 찾아냈다.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아 편안한 나의 동료 선배는 평소에 라디오를 틀어 놓는다. 덕분에 나는 최신 뉴스와 가요들을 모조리 섭렵하고 있다. 그중에 가장 재밌는 프로그램은 역시나 두 시 타임 컬투쇼다. 어제는 김태균과 뮤지가 나눈 대화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김태균이 뮤지에게 오늘의 컨디션을 물었다. 뮤지는 슬프다고 했다. 왜 슬프냐고 묻자, 뮤지는 거의 매일이 슬픈데, 그 이유는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일을 안 해도 될 때 슬프지 않을 것 같다는 대답이었다.
나는 굉장히 공감했다. 나도 비슷한 성향이기 때문이다. 나의 슬픔도 일을 할 때에 온다. 나는 평소에도 일주일에 5일을 일하는 건 너무 많이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산다. 반면에 김태균은 라디오를 하는 게 기쁨 중에 하나라고 했다. 물론 어떨 땐 훌쩍 떠나고 싶을 때도 있긴 하지만, 라디오 DJ가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다고 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역시나 나는 뮤지 쪽이 더 맞았다.
일이 기쁨이 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슬픈 감정의 근본적인 원인은 매일 하는 출근에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은 놀 때 행복하고, 일을 할 때 불행하다. 나도 역시나 일을 할 때 불행하기에 일하는 시간을 과감하게 줄였다. 물론 일을 줄이니, 그리고 편안한 일을 하니 돈이 줄었다. 하지만 돈과 일을 양팔 저울에 올려보았을 때, 돈이 줄어드는 게 더 나았다. 시간이 똑같이 주어졌을 때, 그 시간을 내가 진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투자하는 게 더 나았다. 돈을 벌면 물건이 많이 생긴다. 그 물건이 나에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물론 홍보를 하기 위해 나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단편적인 모습들만 보게 되지만, 그래도 그 사람의 성향을 관찰하는 일이 재미있다. 옆에 앉아 있는 선배와 오늘도 일의 슬픔을 달래 주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여 본다. 선배에게 이 일은 기쁨일까, 슬픔일까. 선배는 장난감과 피규어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도 매일 하는 출근은 정말 싫겠지. 매일 올라타는 지옥철이 정말 싫겠지. 그래도 본인이 새롭게 등록하는 새로운 장난감과 피규어를 구경하는 건 재밌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나에겐 그런 취미는 없지만, 1년 동안 일을 하며 아무런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이 직장에 정말 감사하다. 덕분에 지금도 나는 근무 시간에 일기를 쓰고 있다. 가끔 몰래 책도 읽는다. 에너지를 일에만 쓰지 않아도 되어 너무 좋다. 야근을 하지 않아 좋다. 퇴근 후에, 주말 동안에 일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다. 많은 시간을 책에 쓸 수 있어서 좋다. 오산에 가기 전까지 이 두 사람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나에게 이 일은 기쁜 일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