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주말 아침은 일찍 일어나진다. 그날 뭘 할지는 오로지 나의 선택권에 달렸기 때문이다. 평일엔 나의 움직임이 회사 스케줄에 달려있다. 다른 사람의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하지만, 주말엔 그 명령을 내리는 사람도 온전히 나다. 무얼 할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자그마한 설렘이 마음속에 피어오른다. 그 설렘의 에너지로 조금 일찍 눈이 뜨이곤 한다. 평일엔 무겁기만 했던 눈두덩이도 주말엔 꽤나 가볍게 느껴진다.
어떤 일이든 일의 주체가 될 땐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반대로 나의 생각과 감정이 타인에게 맡겨져 있을 경우, 작은 감옥에 갇힌 듯 답답함과 불평이 쌓이게 된다. 인생에서 주체로 서 있는 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당장 떠오르는 건 연인과 사랑을 나눌 때나 미정 상태인 주말 아침, 나만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원활하게 주체인 상태는 책을 읽을 때다. 책은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행위에서 수동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굉장히 능동적이다. 책의 역할은 각자가 다양한 해석을 내놓을 수 있도록 돕는다. 글자와 나 사이의 여백을 스스로 상상해서 채워야만 하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에너지가 든다.
주말 아침은 여백으로 텅 비어있다. 글자와 나 사이를 상상으로 채워야 하듯 백지상태로 놓여 있다. 그날 하루의 빈 페이지를 채우는 건 온전히 나다. 평일과는 다르게, 다양한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기회. 작가가 주는 힌트도 없이 처음부터 내가 쌓아가는 어떠한 감정 상태의 하루. 그래서 주말 아침은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설렘에 눈이 일찍 떠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