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다 가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큰 사건은 없다. 작년엔 삼재 타령을 할 정도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는데, 올해엔 바라던 것처럼 무난하게 흘러갔다. 어쩌면 큰일 없이 무탈한 하루하루가 가장 좋은 날일 수도 있겠다.
나는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어디선가 아침잠이 많은 이유에 대해 쓴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날에 대한 예측이 가능할 때 잠이 많아진다고 했다. 설레는 일 없이 똑같은 하루를 예상할 때. 생각해 보면 소풍날에는 엄마보다 빨리 일어났던 것 같기도 하다.
내년엔 꽤나 많은 일이 예정되어 있다. 올해처럼 무난한 해, 무탈한 해도 좋지만 설렘이 많은 내년도 기대가 된다. 최근의 나는 큰 고민 없이 하루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바라던 바지만 하루하루가 전부 새로운 감정이 들지 않는다면, 어제의 나와 동일한 나로서 발전이 없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보기도 한다.
그래도 최근의 나의 꿈은 무난무난한 하루다. 그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걸 목표로 했던 한 해이기도 하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반짝임을 발견하고, 독서도 좀 더 하고, 운동을 시작해서 내 몸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성수와 더 많은 수다를 나누고. 그래서 나에겐 올 한 해도 언제나처럼 특별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안정감을 원하게 된다. 마치 폭풍 같은 시간은 20대에 모두 해결했어야만 한다는 듯이. 물론, 앞으로도 크고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반복해서 생기겠지만, 그 일을 맞이하는 나의 마인드만큼은 무탈했으면 좋겠다. 내년도 소소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