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김성수가 저지른 일들은 다음과 같다.
1. 커튼을 치고 신나게 침대 위로 날아오르다 이불속에 숨어 있던 내 새끼발가락 골절시키기
2. 초보 운전 김성수가 음주운전자로부터 뒤에서 받치기를 당해 보조석에 있던 이유리 갑상선 기능 저하증 폭발
3. 먼저 코로나에 걸려와 나에게 전파, 새 직장 첫 출근도 못하고 목에 칼 백 자루가 한꺼번에 꽂히는 듯한 아픔을 선사
그리고 최신 소식,
4. 요즘 유행한다는 그 독하디 독한 독감에 걸려 너도 이미 잠복기일 수 있다며 나에게 미리 겁주기 시전
함께 살면 기쁜 일도 함께, 나쁜 일도 함께 나누게 된다.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전파 현상이다. 독감이 그대로 나에게 옮겨지듯, 재밌는 얘기도 웃음으로 그대로 나눠진다. 샤워 후 향긋한 바디로션도 양쪽 코에, 지독한 방귀 냄새도 예외 없이 양쪽 코에. 정확히 반반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이게 함께 산다는 의미인 것 같으며, 나는 이게 꽤 좋은 삶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런 나이가 되었기 때문인 것도 같다.
이십 대 땐 함께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조금 있었다. 반쪽이라는 말의 의미를 반으로 쪼개지는 나누기로 생각했다. 그냥 한 명이 온전히 하나의 에너지를 다 가지면 안 되나? 자기 앞길은 어떤 조언이나 잔소리도 없이 그냥 혼자서 헤쳐나가며 각자도생 하면 안 되나? 반을 줘 버리면 어쩔 수 없이 상대방에게 영향을 받게 되므로 온전히 나만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성수와 나는 각자의 삶을 우선하는 식으로 대부분의 연애 시기를 보내왔다.
우리는 함께 살면서 조금씩 달라져 갔다. 기쁜 것도 나쁜 것도 정확히 반으로 가르기 시작했다. 똑같이 물드는 물감처럼 데칼코마니가 되었다. 지독한 코로나도 함께 나누고, 부동산 호재 소식도 함께 나눴다. 그래서 독감이 걸릴지라도 딱 달라붙어 자고 싶다. 어차피 나에게 전파될 것을 이젠 알기에. 그 어떤 일도 나누면 에피소드가 되어 나중에 추억과 즐거움으로 다가올 걸 알기에. 그래서 성수가 저지른 실수들도 두고두고 회자할 수 있는 웃픈 사연이 되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둘이서 나누며 살겠구나. 이젠 이게 좀 더 편안한 감정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