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김성수는 집들이 선물을 고민했다. 회사를 옮긴지 꽤 되었고, 아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이삿집에 초대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매번 고민은 하지만 그 고민은 성수의 몫이 아니다. 선물은 매번 내가 고르기 때문이다. 센스가 없는 성수의 손에 맡겼다간, 그에게 다가와 준 소중한 친구들을 다시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집들이 선물은 거의 성공적이다. 그 성공의 비결은 무조건 내가 지금 갖고 싶은 것을 고르는 것이다. 성별이 비슷할 때 성공 확률이 더 높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브랜드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지금 유행하는 브랜드를 한두 개 정도 알아두면 좋다. 남자는 그냥 비싼 술을 사 주면 대부분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갖고 싶은 걸 선물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당장 내가 사서 쓰고 싶지, 누군가에게 먼저 주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고 가족이란 게 생기면서 가장 슬퍼지는 것 중에 하나는, 사고 싶은 것을 고민한다는 것이다. 집안에 필요한 걸 먼저 떠올리거나 빚을 갚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결론이 나버린다.
때문에 타인에게 선물하는 돈이 나갈 때에는 현금이라는 종이가 좀 더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여기에 쓸 돈을 조금 아껴 퇴근길에 내 커피 한잔을 더 살까, 이 바디로션의 향은 내가 써 보고 싶었던 건데 그냥 두루마리 휴지나 선물해 줄까. 이 술은 형님네랑 한 번도 안 마셔본 건데, 좀 더 싼 걸 선물하고 우리가 비싼 걸 마실까. 별의별 좀생이 같은 생각이 다 든다.
그래도 나는 선물을 받을 때보다 선물을 하면서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 편이다. 소중한 선물을 정성스레 고민하고 포장하고 때론 편지를 짧게 남기면서, 그 사람이 좋아할 것을 상상하는 게 굉장히 설렌다. 이런 마음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어렵게 얻을 수 있는 감정이어서, 선물을 고를 때 이 감정을 온전히 즐기기도 한다.
내가 베푼 만큼을 기억하는 건 선물이 아니다. 다시 나에게 돌아올 것을 생각해서 미래를 계획하는 건 선물의 온전한 뜻을 담지 못한다. 우리가 언제 온전히 타인을 생각하는 때가 있을까. 위로할 때조차 우리는 그 사람보다 내가 더 낫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안삼기도 한다. 온전히 그 사람에게 무언갈 건네주는 순간에는, 온 마음을 다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