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가 말했다. 어제 지하철로 퇴근을 하는데, 아줌마가 엄청 큰 소리로 전화를 받아 불편했다고.
그리고 다시 성수는 나에게 물었다. 왜 아줌마 아저씨들은 그렇게 큰 목소리로 통화를 하는 거냐고.
내가 처음에 떠오른 생각은, 귀가 안 좋으셔서? 였지만, 그건 정답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좀 더 생각해 봤다.
"혹시 머릿속이 복잡해서 아닐까? 다른 생각들이 모두 혼합되어 있는데, 통화할 땐 그 스위치를 끄고 상대방 목소리에 집중해야 하니까 일부러 더 크게 목소리를 하는 거야. 집중하려고."
성수는 맞을 수도 있겠다며 공감해 주었다. 이건 나의 엄마를 떠올리며 생각한 답안지였다.
엄마는 매번 여러 가지 스케줄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와중에 전화가 오면, 꼭 한 번에 알아듣질 못하고 되묻거나, 목소리를 키워서 통화를 했다. 마치 목소리가 커질수록 서로의 대화가 더 명확해지기라도 한다는 듯이.
그러니까 천천히 설명할 여유가 없으면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다.
마치 술에 취한 아저씨가 자신의 무논리 개똥철학을 주위 사람들에게 주입시키고자 할 때, 같은 말만 반복하면서 목소리만 점점 더 키워가는 듯이.
여유가 없으니 주위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 일단 내 생각만으로도 가득하니까.
지하철 옆자리에 앉아 있던 성수가 불편하든, 엄마의 통화 소리를 그대로 듣고 있는 나의 귀가 아프든, 일단은 에너지를 그 통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오늘은 성수와 삼청동에 수제비를 먹으러 갔다.
역시나 웨이팅 하는 사람들이 U자 모양으로 서 있어서 두 줄을 대기해야만 했다.
성수와 나는 서 있으면서 별다른 얘기를 안 한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대화가 귀에 더 잘 들어온다.
내 뒤에 서 있던 두 여자는 최근에 방영 중인 예능 '콩콩팥팥'이 주제였다. 그런데 문제는 말이 많은 한 여자만 그 예능을 보는 듯했다.
나는 그 예능을 봤기 때문에 그 여자의 설명이 대충 이해가 갔다. 꽤 웃긴 말이기도 했는데, 그걸 안 보는 사람은 전혀 웃을 수가 없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동행한 여자는 천사인 듯했다. 분명 상상이 잘 가지 않을 텐데도 연신 웃기다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에 신나 말 많은 여자는 목소리를 더 키워가며 이런저런 장면들을 주저리주저리 설명하기 시작했다.
분명 상대방 여자분은 지칠 만한데도 자신의 파트너를 실망시키지 않고 꾸준히 리액션을 달아주었다.
순간 섬뜩했다. 나도 내 생각만 할 때, 주위 사람을 생각하지 않을 때, 상대방을 읽어내려 하지 않을 때 목소리가 커졌던 적이 많지 않나?
김성수와 나는 둘 다 목소리가 조곤조곤한 편이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따지자면 내 목소리가 더 큰 편이다.
문득, 이기적인 푼수가 되지 않으려면 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목소리를 낮추어야만 그만큼 상대방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