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할 때 헛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으면 잠시 쉬어야 한다. 만약 섣부르게 다시 양치질을 시도하면, 눈가에 가득 차오르는 눈물과 함께 벌게진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종종 겪는 일인데도 참 고통스럽다. 너무 과하지도, 급하지도 않게 하는 양치가 왜 이렇게 매번 어려운 것일까.
성수와 나는 거의 싸우지 않는다. 꼬박 10년을 가득 채우도록 만나는 동안 제대로 싸워 본 횟수는 한 손에 꼽는다. 그러다 얼마 전, 성수가 화를 냈다. 나로 인해 힘든 일. 나를 배려하다가 참아왔던 마음을 꺼냈다. 그러니까 우리가 서로 잘 맞아서 안 싸웠다기보다는, 그저 성수가 나를 많이 이해해주고 있었던 거다.
말도 안 되게 첫눈이 빨리 찾아왔던 10월 초의 어느 강원도 호텔, 나는 언제나처럼 이것저것이 다 하고 싶었고, 성수는 오랜 운전으로 지쳐있었다. 나는 성수에게 함께 놀 것을 요청했고, 성수는 최대한 나에게 맞춰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기적인 나의 실수 하나로 성수는 화가 나게 된다.
성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 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본인의 컨디션은 그만큼 따라오기가 버겁다. 그럼에도 맞춰주고 싶어 하고 나는 매번 강요는 아니더라도 함께할 것을 물어보는 것이 문제였다. 서로의 성향이 다른 것뿐인데, 그동안 서로 솔직하게 말을 하면서 풀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성수가 더 참고 있었던 것이다.
과한 양치질로 헛구역질이 나는 것처럼 나는 눈물이 차오르고 얼굴이 벌게졌다. 그 아슬아슬한 선을 잘 지키며 흘러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나 때문에 마음 상하고 자주 피곤했을 성수에게 너무 미안했다. 익숙함에 속아 또 한 번 서로의 성향이 다를 수밖에 없는, 우리는 둘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 큰 실수를 범한 건 바로 나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랑은 서로를 맞춰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닫는다. 오히려 또다시 이런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하다. 그 후에 나는 성수의 개인적인 성향과 컨디션 정도를 맞춰주기 시작했다. 막상 꼭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집에 둘이 있는 시간도 많이 행복했다. 성수는 일을 하고 나는 책을 읽었고, 그러다 성수도 책을 읽고 나도 글을 썼다. 김성수의 패턴대로 지냈을 때,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매일 하는 양치처럼 우리 또한 매일같이 서로를 사랑할 것이다. 그러다 간혹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과해지거나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해졌을 때, 헛구역질을 하듯 탈이 날 것이다. 오늘의 양치는 개운할 수 있지만 바로 내일의 양치질은 또다시 헛구역질이 날 수도 있다. 그 사람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 그러니 매일매일 성실히 양치를 하듯, 매일매일 그 사람을 세심하게 생각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