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 얘기지만, 1인 출판이 붐일 때 나도 출판사 신고를 해 본 적이 있다.
등록은 아주 간단했다. 10분 만에 끝이 나더라. 취미로 해 보겠다던 출판일은 한 권을 내더라도 천만 원단위가 깨지는 일이었고, 안타깝게도 나는 이 사실을 신고 후에야 제대로 알게 된다.
어렴풋하게 종이값, 제본값, 원고료, 디자인료 등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열정가이도, 부잣집 딸도, 모아 둔 돈도 한 푼 없는 처량한 신세였기에 깔끔하게 문을 닫고 동종 업계로 이직을 한다.
사실 능력 부족이 가장 컸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어쨌든, 이때 내가 용감하게 지었던 출판사명은 ‘낯섦’이었다. 지금 이 일기장의 사이트 이름이기도 하다. unfamiliarbook.
작명의 이유는 간단하다. 나에게 책은 낯섦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내게 좋았던 책들은 모두 하나같이 낯설음을 주었는데, 나는 그게 참 좋았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언어의 낯섦에서 다른 정신의 낯섦을 배울 수 있다.
언어는 정신을 표현하는 수단인데, 그래서 그 사람이 만든 문장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띠기도 한다.
난 나의 일기가 누군가에게 나를 만나는 일이 되었으면 했다. 또 내 정체성을 띠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쓴 어떤 글에서는 낯섦을 느끼기를 바랐다. 그래서 내 사이트 이름을 낯섦 책이라 지었다.
쓰다 보니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 하소연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남의 일기일 뿐이긴 하다. 그래도 매일매일 쓰고 나면 후련하고 뿌듯한 기분이 드는, 나의 확실한 소확행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