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NS에서 일기를 쓰다 보니 재밌게 읽고 있다는 말을 듣는 건 기분이 째졌지만, 자꾸만 자랑하는 글을 쓰게 됐다.
2. 어디선가 책에서 읽었던 글을 반복해서 쓰고 있었다.
3. 나를 꾸며대는 말을 쓰고 있었다.
4. 그래서 또 한 번 버릴 때가 됐구나 싶었다.
5. 정신 분산시키지 말고, 내 일상에 집중해서 한 번쯤 살아봐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가졌던 시간은 좋았다.
어떻게 더 좋았는지 설명할 재주는 없지만, 마음이 편하고 여유로워졌다. 평소에도 나는 '저세상 차분함'이란 소리를 가끔 듣는다. 하지만 그들이 못 보는 내 가슴속 폭풍우가 있다. 아주 거센 혼동의 도가니.
내가 판단할 때 정신 분산, 시선 분산이 근본적인 이유인 것 같았다. 집에 TV는 없지만 대행으로 유튜브 릴스를 미친 듯이 봤다. 이건 분명 뭔가 문제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10년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선 10년의 동일한 시간이 필요하단다. 어휴. 너무 칼같은 계산 아닌가. 그래도 다름 아닌 다 내 행동들 아니던가. 수습도 언제나 나의 몫. 주워 담기도 역시나 나의 몫!
가장 좋아진 습관은 완벽하지 않은 것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뭔지 모를 강박이 항상 있었다. 뭔가가 완벽해야 했다.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가볍게 내딛는 발걸음마저 주저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어느 특정한 것에만 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완벽하지 않은 게 더 예뻐보인다. 얼마 전 문을 닫는 꽃가게에서 반값 할인에 데려온 화분이 있다. 살 때부터 받침대가 깨져있었다. 나는 내 손에 닿는 것은 새것, 깨끗한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최근엔 별로 그런 게 중요하지 않은 느낌이다. 오히려 투박하게 강력접착제로 붙인 받침대가 귀여워 보였다.
잘하려는 마음에, 완벽히 해내려는 마음에 행동을 주저하게 될 때가 많았다. 그걸 말로 포장해 감출 때에는 더 최악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 지금은 부족한 대로 그냥 하거나 삐뚤어진 게 오히려 더 소중해 보일 때가 있다.
좋은 징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