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를 한 지 귀엽게도 3개월이 되었다. 우린 둘 다 머리도 못 감고 구청에 갔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겨울옷 탓에 남편과 나는 후리스를 걸쳤고, 둘 중 한 명은 세수도 못 했다. 그 한 명은, 물론 나다. 부랴부랴 정신없이 택시를 탔지만, 가는 내내 손을 꼭 잡고 많이 설레였다. 남편은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는 데 애를 먹었다. 그래도 신고하기까지는 참 간단했다. 그보다는 부부가 될 또 한 커플이 바로 옆에서 서류를 작성하는 바람에 나는 얹어 놓은 모자를 더 꾹 눌러써야만 했다. 그 커플은 연분홍색으로 아주 정갈하게 커플룩을 입고 있었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이라면,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남편의 성을 따를 것인지 아내의 성을 따를 것인지 물어봤다는 것이다. 나는 '세상 참 좋아졌구나'하며 아주 살짝 눈을 동그랗게 뜬 다음, 별 고민 없이 곧바로 내 성을 따르고 싶다고 말했다. 성수는 옆에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김' 씨보다는 '이' 씨가 이름을 짓기에 성이 더 예뻐서. 간단히 말한 대답이 무섭게, 돌아온 말은 참 허탈했다. 아내의 성을 따를 경우 제출해야 할 추가 서류가 있고, 총 세 차례의 법원 방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번에는 눈을 세모로 떴다. "그럼 남편 성을 따를 경우는요?" "따로 제출하셔야 할 서류 없이, 오늘 신고만 하시면 일주일 이내 혼인신고가 완료됩니다." 극강의 귀차니즘. 나는 말했다. "ㅎㅎ... 남편 성 따를게요." 과학적이고 계보학적인 관점으로 다가가면 오히려 모계 사회가 더 맞다고 한다. 그러니까 굳이 성을 따른다면 남자의 성을 따르기보다는 여자의 성을 따르는 게 더 맞다는 이야기다. 나는 돌아오는 내내 김 씨로 시작하는 아이의 이름을 떠올려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는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