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상반기 결산을 해 보자. 올해는 내가 나에게 직업 체험의 해를 부여했다. 이게 가능하자면 월급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하는데, 나에겐 이미 혼인신고로 코가 꿰인 김성수가 있다. 성수는 여전히 나에게 이것저것 해 보라고 여유를 주고 있지만(물론 기한은 있다), 모쪼록 법원을 구경하지 않으려면 나도 직업을 찾아야만 하겠다. 여담으로 '짜잔' 카드란 게 있다. 이게 뭔지 설명하자면. "오빠, 잭슨 피자가 땡기네. 야채피자랑 코울슬로도." "응. 그런데 무슨 돈으로?" 김성수의 카드를 활짝 들어 보이며 "짜잔~~!" "뼈가 빠지네..." 이게 짜잔 카드다... 정말로 상반기 결산을 해 봐야겠다. 퇴사 3회, 입사 3회. 아니다. 6월 30일 자로 퇴사를 한 번 더 하였으니 정산이 바뀌어야겠다. 퇴사 4회, 입사 3회. 모두 내 발로 나온 것이며, 죄송하게도 세 분의 대표님께 아주 피곤한 시간을 선사해 드렸다. 물론 나도 등본과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따위를 발급받기 위해 고온다습한 공기를 뚫고 왕복 6번은 왔다 갔다 하였으니 피곤하긴 서로 마찬가지겠다. 그래, 따지고 보면 대표님들도 나에게 코가 꿰인 것이리라. 나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면접 때 말을 편하게 한다. 긴장을 안 한다고 하는 게 더 맞겠다. 차분하고 꽤 세심하게 질문에 답을 하는 걸 보면서 얘가 꽤 깊이가 있는 게 아닐까, 착각을 하셨을 거다. 단점. 하기 싫은 일은 못 하겠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중인데, 그게 참 어렵다.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직업을 도전해 봤고, 또 한 번은 철학이 맞는 곳을 지원했다. 마지막 한 번은 책 얘기만 할 수 있을까 해서 지원해 보았다. 이미 보여진 결과와 같이 셋 모두의 현실은 달랐고, 내가 크게 착각했던 것이라면, 어쩌면 '직업'이라는 것은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진실뿐인지도 모르겠다. 올해가 꼭 필요한 시간이 될지, 혹은 길어질 방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매번 직감에 따라서만 움직여왔던 나에게 하반기는 선물이 될지, 혹은 뒤통수를 아주 신랄하게 날려줄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