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돌입하고 김성수와 내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돈'이다. 20대 땐 지나치게 돈을 몰랐다. 그렇다고 지금 돈을 알아서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다만. 오빠에게 물은 적이 있다. "돈이 뭘까?" 아주 잠깐 고민하던 성수는 뜻밖의 답을 내놓았다. "글쎄... 부모 같은 존재 아닐까.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재워 주는." 나는 너무 놀랐다. 맞는 말이라서. 20대의 내가 이 상황을 지켜봤다면. 그러니까. 돈이 그렇게 중요치 않았던 젊었을 적의 내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 본다면, 20대의 나는 과연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곧 백수 2개월 차가 되어간다. 여전히 일은 하기 싫고 성수는 독촉을 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30대가 되어버렸고, 서울은 이것저것 하고 살기에 집값도 밥값도 찻값도 모든 게 비싸다. 이전 직장에서 출간 이벤트로 퀴즈를 낸 적이 있다. Q.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물건은?' 퀴즈에 답이 어디 있겠냐마는, 선물은 줘야 하니 답은 정해져 있었다. 정답은 '거울'이었다. 난이도 테스트를 위해 주변 편집자 분들께 같은 질문을 던졌다. 하나같이 돌아오는 대답은 '돈'이었다. 그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말 그대로 자본주의지.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똑같은 웃음소리를 냈다. 아주 유쾌하면서도 꽤 쌉쌀한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