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던 소라가 말했다. "그럼 너네 아버지랑 성수오빠가 길을 지나가면, 서로 사위인지 장인어른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는 거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서로 알지를 못하니까. 나는 이 말에 별 감흥도 없었다. 그런데 뒤에 앉아 있던 소라 여동생과 남편 정식이가 웃기 시작했다. 얼굴도 모르는 장인어른과 사위라니. 하지만 저번 달부터 나의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되신 분들도 마찬가지로 내 얼굴을 모르는 걸. 이게 보통의 생각으로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란 걸 처음으로 자각했다. 그리고 지난주, 우리집에 엄마가 왔다. 남동생과 KTX를 타고. 처남이 된 병욱이는 내 남편을 잘 안다. 전주에서 동생과 자취를 할 때, 병욱이가 해야 할 일은 짐을 싸서 여자친구의 집으로 가는 것이었다. 하루는 동생 가방에서 양말들이 쏟아져 나오길래 "너는 왜 가방에 양말을 넣고 다니냐. 드럽게." 물었더니, "니가 형을 안 데려오면 그럴 일이 있겠냐." 대답하길래 머쓱했던 적이 많다. 항상 병욱이는 속옷을 싸 들고 다녔다. 성수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어도 되냐고 나에게 확인을 받았다. 조금 떨린다고 했다. 엄마도 엄마답지 않게 수줍은 얼굴로 첫인사말을 고민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기분이 좋다며 맥주를 마셨다. "연애를 오래 해서 그런지,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그런지, 하나도 불편하지가 않네! 항상 보던 사람 같아." 오빠는 잘 마시지 않는 술을 그래도 엄마에게 맞춰 꽤 마셨다. 엄마는 수다쟁이가 되었고, 오빠도 진심으로 웃어주었다. 모자란 맥주와 칫솔, 일회용 면도기를 사러 나간 틈을 타 오빠에게 물었다. "우리 엄마 어때?" "음... 예쁘셔." "오, 정말?" 속으로 엄마가 가장 좋아할 멘트라는 생각에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얘기해 주고 싶었다. 오빠가 일하러 방으로 들어간 사이 엄마에게도 물었다. "오빠 보니까 어때?" "음... 생각보다 말도 잘하고 착한 것 같아.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인상이 좋네." 첫 만남은 성공적이었다. 순서가 뭐가 중요하랴. 나는 마냥 편했고, 엄마와 사위도 첫 대면의 순간은 떨렸겠지만 곧 나와 같았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웃다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