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연인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김성수와 나는 대체로 아무말을 한다.
근데 그 아무말이 그렇게 재밌다.
별 의미도 없는데 하하호호 참 웃기다.
가끔 진지한 얘기로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하지만
우리 대화의 80퍼센트는 정말 아무말이다.
아무말이 도를 지나쳐 이미 한국말이 아니게 될 즈음,
입이 귀에 걸려 있는 김성수를 향해 물었다.
"왜 우린 이런 말들이 재밌을까?"
아주 잠깐 고민하던 성수가 말했다.
"글쎄,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을 만들어서 해야만 하니까?"
옳다구나 싶었다.
나는 김성수에겐 나의 있는 그대로의 생각과 감정들을 100퍼센트 그냥 던진다.
필터가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가끔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김성수에게 말을 건네며 들여다볼 때도 있다.
편안해서, 그래서 그냥 바로 기댈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종종 자주 많이 고맙다는 말을 한다.
사회생활에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가까운 가족들과도 말을 만들어서 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편하게 아무 말을 해도 되는 사이라니!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