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설 지나고 아빠 생일이야~ 근데 그게 환갑이야."
벌써 환갑이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언제 그렇게 나이를 드셨는지, 새삼 나만 나이를 먹는 게 아닌데 말이다.
뭘 할까 하다가, 가족여행을 간 적이 없어 제주도에 가자고 했다.
엄마도 그게 좋겠다고 했다.
우리 가족은 '각자가 잘 살자'라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어 각자 알아서 여행을 잘 다녔다.
한 번쯤은 가족여행을 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부랴부랴 2주를 앞두고 비행기표를 끊었다.
아주아주 비쌌고, 결제 메시지는 내 잔고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왔다.
명절마다 용돈을 챙겨드리긴 했지만, 무려 환갑이었다.
뭔가 남달라야 할 터였다.
동생과 함께 모으면 큰 액수를 만드는 게 쉽겠지만 아직 그 역할은 나만 해야 했다.
혼자서 큰 액수를 만들려니 큰 산 앞에 짚신을 신은 등산객이 된 기분이었다.
100...을 생각하다가, 그건 내 처지에 무리란 걸 재빨리 알아차렸다.
럭키 세븐... 칠순을 향하여. 라는 이상한 의미를 갖다 붙였다.
70을 ATM기에서 인출했다.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월급을 받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이리저리 뜯어대는 이리 놈들 때문에(그건 내 카드값)
통장은 텅장이 된 지 오래였다.
요즘 시작한 원고 편집은 추리물인데,
아주아주 열심히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센티브를 받아야만 나도 소설 속 주인공처럼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뭘 이런 걸 주냐고 그럴 테고,
엄마는 왜 굳이 70이냐고 밝혀 물을 테니
난 럭키 세븐을 꼭 강조해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예약한 풀빌라에는 수영장이 있는데,
따듯한 물로 데우려면 8만 원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추운데 무슨 수영이냐며, 술이나 함께 오손도손 마시자고 설득의 말도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끔 절친들과의 카톡방에서
"우리만 돈이 없어? 왜 남들은 다 잘 살아 보여?"라고 얘기하곤 하는데,
그러니까 말이다.
왜 나만 돈이 없는 것 같은지 참 모르겠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대기업에 취업을 해도 매번 돈이 없는 김성수다.
우린 둘 다 돈이 없었다.
돈을 버는 데도 없었다.
그런데 돈을 버는 데 왜 없지?
요샌 둘이서 이 말만 계속해서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