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쓴 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을 완전히 미워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일기는 너무나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난 미움받지 않으려고 쓰는 건 아니지만, 저 말에 공감한다.
감추거나 무언가로 덧씌우지 않고
솔직하게 쓰는 자기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린 솔직한 사람에게 끌릴 수밖에 없다.
그런 솔직한 글을 통해, 나와 동일한 한 사람을 보게 된다.
나도 자주 다짐한다.
자랑을 쓰지 않고, 아는 것을 포장해 내 것처럼 쓰지 않고.
그런데 매번 실패한다.
잘 보이고 싶은 어쩔 수 없는 본능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밥맛인 글은, 자기 자랑과 매번 행복 타령을 해대는 글들이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개를 붙잡고
"사는 게 쉽고 행복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묻는다면
"그게 무슨 뻘소리죠?"라고 대답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꽤 어렵고 복잡하게 살고 있으며, 그 틈바구니 속에 있는 듬성듬성한 행복들에 산다.
불행한 글들을 읽으면 그래서 위로를 얻게 된다.
나만 피곤한 건 아니구나
나만 고민 있는 건 아니구나.
그런 일기를 더 많이 남기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