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마다 싸움의 현장을 목격한다.
환승역인 신도림역에서.
매일 신도림역엔 1호선을 탔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압이 차오를 대로 차올라서 한번에 분출되는 모습이다.
서로서로 밀었다고 욕을 하고 어깰 밀친다.
어떤 남자는 손을 번쩍 들어올려 뒷사람을 때리려는 시늉까지 한다. 그냥 성격 나온 것이다.
나온 만큼 빈 공간이 된다. 나는 여유롭게 올라탄다.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창문에는 물이 서려 있다.
얼마나 많은 입김들이 모인 것일까.
탁한 공기를 느끼며 조용히 나의 초년 시절을 떠올려 본다.
집을 얻기도 전에 취업이 됐었다.
그래서 잠시 인천 친구의 집에서 출퇴근을 했다.
인천에서 서울까지 출근하는 데만 1시간 30분이 걸렸다. 지나치는 역을 다 셀 수도 없었다.
친구는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났고, 매일 깜깜할 때 집을 나서곤 했다.
퇴근을 다른 곳으로 할 수도 없으니 돌아오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하루의 3시간은 깜깜한 길 위에서 그냥 지쳐 있었다.
나의 첫 집은 신림이었다.
출근 시간이 30분은 단축되었지만 사정이 그리 나아지진 않았다.
2호선의 헬게이트, 사당역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공중에 그냥 떠있게 된다.
그렇게 1년은 공중에 떠서 출퇴근을 했다.
문래로 오고 나선 환승을 안 해도 되는 쾌거를 이루었고, 직장을 옮기고 난 후에는 겨우 20분 정도만 지하철에 올라타면 되었다.
내 집이 아닌 곳에서 사는 것의 특혜였다.
서울에서 집을 사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니까.
성수가 우리 집을 만들기 위해 경기도로 이사갈 것을 제안했다.
나의 회사까지 1호선이 직통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어디냐고 물었는데 '오산'이라기에, 내집 마련도 좋지만 '1호선을 탄다는 것 자체가 오산은 아닐까'하고 되물었다.
오늘 손을 번쩍 든 남자의 손에 내가 맞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사람다운 출퇴근 시간을 갖게 되었다.
물론 내 집이 아닌 곳에서.
그래도 화장 안 하고 서울 이곳저곳 맛집을 다니고, 해질녘에 때 맞춰 슬금슬금 한강을 나가고.
물론 내 집이 아닌 곳에서......
아니, 도대체 내 집 마련이 뭐길래 이렇게 치사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