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가 제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올해 제주만 열 번을 다녀온 듯하며,
평생 타 볼 비행기를 그는 코로나 시국에 몰아서 타는 듯했다.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는 길, 어김없이 전화가 왔다.
"유리야~ 필요한 거 있어?"
"아니~ 없어."
과연 없었을까.
날이면 날마다 오는 면세점 찬스가 아니기에 매번 화장품을 부탁했었다.
문젠, 나도 안 써 본 화장품을 부탁했다는 것이며
둘 중에 '비교해 보고' 괜찮은 것을 사 오라는 선택지를 주었다는 것인데
결국 그가 선택한 립스틱과 쉐도우들은 모두 내 친척동생들의 손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그는 빈손으로 오진 않는다.
바보 같은 나는 매번 기대를 안 하면서도 꼭 기대를 하게 된다.
그가 야심 차게 꺼내 든 것은 초콜릿이었다.
근데 이제 알코올을 곁들인... 동일 세 박스, 도합 8만 4천 원...
"...이거 어렸을 때나 아빠들 선물로 고르는, 그런 거 아니야?"
"ㅎㅎ 사실 나 먹어보고 싶었어. 한 번도 안 먹어 봤거든!"
오늘도 그는 여전히 해맑았고, 역시나 초콜릿은 정말 맛이 없었다.
우리집엔 또 해치워야 하는 음식물이 박스로 생겼고,
찬장엔 김성수가 산 100개의 쿠키들이 아직도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건강을 생각하는 김성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을 자주 먹는다.
"유통기한은 신선도의 마감일을 나타내는 것뿐이지 1~2주는 더 두고 먹어도 돼~"
그래서 장 건강을 중요시하는 이분은 하루 만에 1000ml짜리 요거트를 8통을 시켰고,
물론 4통을 시킨 줄 알았던 김성수는 나의 눈치 속에 요거트만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치지도 않고 매번 좋다는 음식은 대량으로 구매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몸에 좋은 음식이 맛까지 좋을 순 없었다.
산처럼 쌓인 닭가슴살과 단호박 패키지들은 매번 내 눈살에 꾸역꾸역 성수의 배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지치지도 않고 매번 반짝이는 눈똥자로 새로운 음식들을 들여왔는데
닭가슴살이 너무 맹맹하니 추가로 겨자씨 소스를 네 통씩 구매하는 패턴이었다.
그래.
유통기한이 2주를 지났든, 50봉지의 견과류에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든
그게 저 사람의 행복이라면 몸속에서 곰팡이가 피어날 때 병원비나 보태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