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은 못되지만 난 명품이 진짜 없다. 20대 중반까지는 돈을 대체로 여행하는 데 썼다. 순간적이고 일회적인 소비에. 저축도 물론 없었기에 돈을 써서 남은 것들은 모두 내 추억 속에만 있다. 김성수를 만나 가장 득을 본 소비 습관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돈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잘 자기 위해 베개를 열 개는 사서 써 본다. 그래서 20대 후반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소비는 집 안에 있다. 30만 원짜리 샤워 호스, 60만 원짜리 가습기, 100만 원짜리 맞춤의자 등 대부분 씻고, 자고, 앉고, 숨 쉬는 것들에 돈을 썼다. 물론 여전히 저축은 미비했다. 그리고 서른, 나의 소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집을 사기 위해 혼인신고를 해야 할지도 몰랐다. 언감생심 서울을 꿈꾸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성수와 나는 문래동을 좋아한다. 매일 한두 번 이상 꼭 동네 산책을 나갈 정도로. 정말로 소박하게.
그래서 옆집 시세를 봤다. 14억이었다. 그래서 좀 더 허름한 앞집 시세를 봤다. 8억이었다. 물론 전세가가. 이때부터였다. 로또를 사기 시작한 게...
성수랑 내가 두 번 태어나 노동만 한다고 해도 서울에서 집을 사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청약을 넣으려고 보니, 혼인신고를 하라고 했다. 신혼부부에게만 집을 살 수 있는 좋은 조건을 준다고 했다.
성수와 나는 하하호호 웃음이 나왔다. 소박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소박하게 산책을 하던 길이었다. 그리곤 다짐했다. "확률이 있다면 혼인신고를 하자...!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