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시즌 2를 열었다. 이유는 없고, 두 달가량 일기를 안 썼기 때문이다. 재정비를 꾀한 것도 아닌데 마치 시간을 갖고 돌아온 것처럼 보여져서 좋았다.
바쁘기는 했다. 나는 이직을 했고, 또 이직이어서 여유가 없었다. 일주일 동안 한 시간씩 일찍 출근을 하고, 나름 긴장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게다가 주말마다 잡아 놓은 약속들을 꾸역꾸역 나가면서 체력을 쥐어 짜냈다. 자책해 봤자 소용없었다. 낸들 백수일 줄 알고 잡았던 약속들이지 않겠는가.
사람은 참 간사하다. 5개월 동안 돈 받는 백수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뭘 안 할 바엔 차라리 일을 하는 게 낫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고, 그렇게 입사를 했고, 나는 딱 48시간만에 마음이 바뀌었다. '그래도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요일 감각이 없던 나는 갑자기 악착같은 불금 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직장인 뇌구조를 그새 되찾은 것이었다. 맥주 한 캔을 오기로 더 따 보기도 했지만, 항상 내 눈은 졸린 동태 눈깔이었다.
새로운 곳에서 만드는 책은 연령대가 많이 어려졌다. 매일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책의 내용을 구성하고, 전혀 다른 색감의 컬러들을 마주하고 있다. 내가 만드는 책의 손님들은 아이들이다. 전혀 다른 경험을 쌓아 보고 싶었다.
아이들은 얼마 안 가 눈치를 탑재하고 규칙들을 따르게 된다. 사실 아이의 모습이 예뻐 보이는 이유는 졸리면 자고, 먹고 싶은 대로 먹고, 뛰고 싶으면 뛰고, 울고 싶으면 울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자기의 본능에 집중하는, 그래서 그 자체로 자연스러워 아름다운.
문제는 그 순간이 길지는 않다. 사회에 나가야 하고, 조건으로 사회성을 배워야 하고, 그 방법은 본능을 억누르는 것으로만 가능해진다.
재밌는 시간을 더 주고 싶었다. 게다가 자기 눈으로 읽는 글과 그림만큼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일 때 할 수 있는 상상력을 최대한 길게 유지시켜 주고 싶었다.
사실 읽는 이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앱처럼 배경화면에 깔아서 주기적으로 읽고 있다는 이, 인스타 디엠으로 오얏율을 생각날 때마다 읽고 있다고 말해준 이들, 이름까진 알 순 없지만 매일 꾸준하게 남의 일기를 찾아 준 누군가에게 감사하다. 매일매일 방문자가 꽤 있었다. 이 재미없는 글들을...?